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오랜만에 자기 전  신해철의 고스트네이션을 들었다.


게스트로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이진원 씨가 나와 그의 음악과 인생사, 음악에 담긴 이야기를 동네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듯 풀어낸다. 마왕(=신해철)의 목소리는 여전했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하 달빛요정)의 목소리는 그의 음악에서 듣던 벅차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와는 달리 참 단아하고 부드러웠다.

음악을 시작한 게 2009년이다. 학창 시절 락에 미쳐 밴드 부실에서 악기를 큰 소리로 연주하고 헤드셋을 꽂고 세상에 불만이 가득했던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국내 뮤지션은 주로 마왕과 대장(=서태지)의 음악을 주로 들었는데 달빛요정의 절룩거리네를 우연히 듣고는 앞의 둘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의 감정이 내게 들어섰다.

그 둘이 높은 위치에서 모든 이를 대변하여 비판하고 이끄는 장군의 느낌이라면 달빛요정은 그 속에 있는 한 명의 병사.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고 스스로도 생각하지 않지만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토로하는, 오히려 내 모습과 가장 가까운 뮤지션이었다.

2010년 말 그가 타계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도토리 사건이 불거졌다.

실제로 도토리로 지급하지는 않았다고 해명되었지만 그 일로 음원사 전체에 드러난 부조리한 음원료 지급 문제. 8년이 되는 시간 동안 변한 건 없구나.

그는 작곡, 연주, 녹음, 믹싱, 유통까지 스스로 했다. 1.5집부터는 다른 소속사에 들어가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2집 판매 이후 다시 스스로 소속사를 차려 모든 것을 스스로 하는 1인 밴드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가 그런 독립을 고집한 것은 음악을 만들어 파는 구조를 단일화하여 적은 판매로도 수익을 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하는데, 음원유통사의 음원료 배분 문제가 아이튠즈처럼 뮤지션이 위주였다면 그는 가장 큰 걱정인 생계문제, 그로 인한 다른 모든 부분을 마음 편히 두고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인터뷰에서 늘 공연으로 연봉 1200만원을 버는 게 꿈이라고 하고, 고스트네이션에서 빌딩을 세우고 싶다고 말한 그는 사실 자신의 꿈이 정말로 이뤄질 거라 생각하며 살지 않았다. 다행히 연봉 1200만원을 이루고 다음 목표인 2000만 원과 결혼은 애석하게도 그와 함께 잠들었다. 


그의 죽음으로도 세상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유통사는 여전히 음원을 아주 저렴한 상품으로 취급해 사람들의 인식 또한 음악을 저렴하게 바라보고 스트리밍으로 변하면서 상황은 악화만 될 뿐이다. 홍대는 훨씬 많은 사람과 프랜차이즈가 모여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높아졌고 인디씬에서는 모두가 알만한 라이브하우스인 살롱 바다비, 프리버드, 롸일락 등이 사라졌다. 10cm의 음악에서도 나오는 카페 은하수 다방도 이제는 볼 수 없고 몇 남지 않은 공연장도 수익을 내기보다 그 자리를 지킴으로써 인디뮤지션을 살릴 수 있다는 신념으로 견디고 있다. 이는 클럽 빵의 사장님 말씀이다.


2011년 홍대 20여 개의 클럽에에서 달빛요정의 추모공연이 이뤄졌다. 총 102개 팀이 참가했는데 그중 누구나도 알만한 국카스텐, 갤럭시 익스프레스, 노브레인, 크라잉넛, 장기하와 얼굴들 등등 유명 밴드가 대거 그를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

준비한 표 5000장이 30분 만에 매진되고 생전 그의 일기에 "장기하는 날 알까..."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추모공연에서 장기하는 형이 절 알기 전부터 좋아하고 존경했다고 말했지. 

이토록 사랑받고 많은 이를 위로해준 뮤지션이 늘 배고프고 고기반찬 하나 제대로 먹지 못하고 월급 100만원이 목표인 삶을 살아가다 타계한 건 결코 그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대우밖에 해주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예술에 대하는 태도와 구조 문제가 아닌가.


이를 바꿔야 한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그들이 자신의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같은 생계문제로 음악을 관두고 이제는 이 구조적 문제를 바꾸기 위해 기획인의 자리로 들어선 만큼 잘못된 관행을 뿌리부터 뜯어고치자. 



댓글,

yoo_il

사진을 찍고 글을 씁니다. 개인적인 감정을 적어내려가기도, 좋은 것을 본 후 감상문을 쓰기도, 문화예술에 관한 생각을 적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