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 voyage



 

느닷없이 찾아왔습니다. 

많은 것을 보기 위해, 나아가 나 자신을 보기 위한 여행을 하기로 하루에 스무 번쯤 다짐하던 때였습니다. 
가장 좋아하던 것도 없어지고 모든 것을 잃은 채 방황을 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나를 잡아줄 줄은 몰랐습니다. 
큰일이 있던 건 아닙니다. 
마음이 너무 심란해서도, 꿈이 너무도 반짝거려서도 아니지요. 
하고 있던 일이 잘 안되고, 현실에 져버린 채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내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저는 선뜻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버려진다는 것은 다시 느끼고 싶지 않은 비극이었기에. 
주저하며 망설이던 제게 당신이 말을 걸었습니다. 같이 가지 않겠냐고. 
얼떨결에 당신의 손을 잡았습니다. 
ㅤㅤ
그렇게 이 곳에 도착하였습니다. 
저는 계속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마음만 항상 저 멀리 가있을 뿐 정작 아무것도 변한 것 없는 채 나를 죽이고 있었으니까요. 
세상을 본 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이젠 저 자신도 조금씩 돌아볼까 합니다. 
나를 충분히 봤다고 여길 즈음 돌아가겠습니다. 
어쩌면 영영 못 돌아 갈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적어도, 잊고 있던 마음 하나만은 찾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때가 되면 웃으며 이야기할 수도 있겠네요. 
꼭 감사하단 말을 전하겠습니다. 
안녕히, 안녕히 다녀오겠습니다. 

이 글을 쓴 지도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여행을 무사히 다녀오고 일상에 다시 정신없이 치이며 살다 보니 감정은 다시 무뎌지고 생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기 전에 필사적인 행동을 하기에 급급했지요. 여행에 대한 설렘과 그때의 추억을 아마 난 참 오래 잊고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결국 반복되어가는 걸까요. 거듭될수록 조금씩 더욱 말라가는지도 모릅니다. 정신없는 일상 속 저는 계속 바라고 있던 것 같습니다.
ㅤㅤ
그렇기에 당신이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다 설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에 비하면 전 백분의 일만큼도 떨리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떨림은 멈추질 않더군요. 걱정도 많이 되었습니다. 다치진 않을까.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다치면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홀로 괴로워하진 않을까.
그러나 걱정보다는 기대가 더욱 컸습니다. 그토록 외롭더라도, 결국 여행은 늘 저를 성장시켰으니까요. 제가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란 걸 깨닫게 해주었으니까요. 
ㅤㅤ
밤하늘 별을 바라보고, 한없이 걷다가 우연한 풍경을 마주하고, 나아가 자신을 깊이 여행할 때의 감정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어떤 곳에서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될까요. 확실한 건 깊은 외로움에서 행복을 느낄 것입니다. 
ㅤㅤ
사전에서 여행은 ‘자신의 거주지를 떠나 객지에 나다니는 일.’이라고 합니다.
결국 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기에 여행인 거지요.
내가 정말 힘이 들 때,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위로가 될 것입니다.
ㅤㅤ
너무 힘이 들고 당장이라도 여행을 관두고 돌아오고 싶어 질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한 발자국 나아간다면 돌아오라고 섣불리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정말 괴롭다면, 무리하지 말고 언제든 돌아오십시오. 저는 당신을 위해 따듯한 차를 준비해놓겠습니다.
ㅤㅤ
그러니 부디, 다치지 말고 무사히 다녀오세요.
Bon voy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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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_il

사진을 찍고 글을 씁니다. 개인적인 감정을 적어내려가기도, 좋은 것을 본 후 감상문을 쓰기도, 문화예술에 관한 생각을 적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