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무거운 몸을 도저히 가눌 수가 없어 거의 쓰러지듯 엎드려 다시 잠에 들었다. 

평소 같으면 선잠을 자다가 30분쯤 지나면 깨기 마련인데 이번엔 달갑지 않은 꿈까지 꾸면서 정신을 차려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눈을 떴는데도 내 몸은 일어나려고 하질 않는다. 겨우 자리에 앉다가 다시 눕기를 반복.


하루를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내 몸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말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있다가 '안돼, 할 일 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겨우 몸을 일으켜 이불을 갰다.

커튼을 치니 흐린 하늘이 어두운 방에 들어왔고 꿉꿉한 공기를 맡으면서 물을 마시고 하루를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찝찝함을 참지 못하고 바로 씻으러 갈 텐데, 저녁이 다 되어서야 샤워를 했다.

해야 할 일들을 간신히 끝내고 결국 마치지 못한 일을 내일로 미루고. 다시 밤이 되어 침대에 누워 일기를 쓰다가 알아챘다.


내 몸은 알고 있었다. 

겨우 견뎌가며 불안한 하루를 막연하게 시작하는 것이 너무 괴로워서, 그냥 도망치고 꿈속에서 안식을 취하고 싶다는 것을 내 몸도 마음속 깊은 곳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멍청하게도 내 머리만 그걸 모른 채 몸이 쉬라고 소리치는데도 듣지도 못하고 억지로 하루를 나아갔다.


안녕한 척 지낸지도 참 오래되었다. 누구나 그렇듯 안녕하다는 듯이, 나는 내 감정을 계속 외면하며 그렇게 말라가고 있었다. 물을 마시지 않으면 갈증을 풀 수 없듯 내일의 나는 다시 갈증을 견디지 못해 꿈속을 헤멜 지도.

난 무엇을 바라며 안녕한 척 막연히 살아가는 걸까. 


어느 순간부터 나는 표출하는 법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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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_il

사진을 찍고 글을 씁니다. 개인적인 감정을 적어내려가기도, 좋은 것을 본 후 감상문을 쓰기도, 문화예술에 관한 생각을 적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