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 문화예술계의 변화




2018년 1월 29일, 서지현 검사의 검찰청 내부 성추문 폭로로 국내 미투 운동이 크게 확산되었다.

누구나 알 법한 시인 고은은 미투 이후 건립 예정이던 고은문학관은 철회되었고 배우 故조민기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렸다. 

이윤택 연출가는 구속 중이고 연희단거리패는 해체되었다. 미투 운동에 고발된 가해자만 20명이 넘는다.

문대통령을 포함하여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이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있다.


유독 문학계, 문화예술계에 미투 운동에 연루된 사람이 많다. 왜 그럴까?

문학, 연극, 뮤지컬 등 문화예술은 계량화가 어렵다. 컴퓨터 같은 전자기기나 장비들은 흔히들 말하는 스펙의 수치로 무엇이 더 좋은지 알기 쉬운 반면 이 작품이 다른 작품보다 좋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때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주로 추천사, 기득권의 서평 등으로 결정된다. 결국 작품 자체의 객관적, 절대적 가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의 말과 행동으로 그 작품이나 배우, 문인 등이 빛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고 권력층의 비위를 거스르면 사람들에게 소개되는 기회조차 못 받게 되는 것이다.

최영미 시인은 jtbc 인터뷰에서 성적인 요구를 거절할 시 기득권 남성 문인들이 그 작품에 대해 서평도 써주지 않고, 추천사도 하지 않고, 아예 일언반구를 하지 않거나, 상 후보에서 고려조차 하지 않는 보복을 가하기 때문에 여성 문인들은 작품으로 승부조차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는 극단도 마찬가지인데, 당시 연극계 최고 권력자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윤택 연출가의 심기에 거슬리면 극단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 다른 극단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문화예술계에서 미투 운동의 핵심적 문제는 이것이다. 

예술작품과 예술인을 예술만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닌, 기득권의 독점시장 아래 비위를 맞추고 성상납까지 하며 굴복할 수밖에 없는 제도가 이미 강하게 잡혀있다는 것.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여성 예술인과 젊은 예술인들이 자신의 작품과 예술성을 발할 기회조차 못 내고 얼마나 많은 좋은 작품이 탄생하지 못했을까.


문화체육관광부는 비리, 성폭력 연루자는 문화예술 분야 공공 지원을 아예 받을 수 없도록 하고, 공공기관 보직에서도 완전히 배제하기로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도입했고 한국예술인 복지재단,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문화계 성폭력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서울예대에서는 성폭력 대책위원회를 열어 전면 조사하여 관련된 교수들을 임용 해지하고 초빙교수를 배제하는 등 빠르게 대처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엔 조금 어려워 보인다. 


예술은 표현이다. 예술의 가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직접 접하며 판단하는 것이다. 같은 작품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작품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오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예술은 드러날 기회가 있어야 한다. 만일 그 예술이 부족하다면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주목을 받지 못할 것이고 좋은 문학이나 예술이 그 계열의 기득권층 때문에 알려질 기회조차 받지 못한다면 이는 그 예술혼을 죽이는 살해나 다름없지 않나.

사실 제도가 바뀌어 그 제도가 정착하여도 국민은 어쩔 수 없이 수상이나 추천사 등으로 그 작품을 접할 것이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작품을 모두가 접할 수는 없기에 우선적으로 선별하는 기준을 위처럼 잡을 텐데 그렇다면 대부분이 선별하는 기준 자체를 올바르게 평가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수상제도나 추천을 심사할 때에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소비자를 무작위로 몇 명 선정하여 심사점수에 넣거나 하는 것이다. 슈퍼스타 k나 프로듀스 48, 쇼미더머니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관객 점수를 함께 책정하여 올라갈 출연자를 뽑는다. 재판에서도 2018년부터국민참여재판을 시행하였다.

이와 같은 제도를 활용하여 집어넣으면 조금 더 공정하지 않을까.


새로운 예술인과 작품을 위해서 모두가 힘을 써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분명히 아직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가 있을 것이고 억울하게 연루된 이도 있을 것이다. 진정 자신의 예술 표현과 작품으로만 인정받을 수 있는 투명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모든 예술경영인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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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_il

사진을 찍고 글을 씁니다. 개인적인 감정을 적어내려가기도, 좋은 것을 본 후 감상문을 쓰기도, 문화예술에 관한 생각을 적기도 합니다.